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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각도 과정을 마치며 (부산 온천수련원 김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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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3-13 15:23 조회6,7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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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각도 과정을 마치며
                                                  부산 온천수련원 김혜숙

    2008년 9월15일, 파란 바탕에 흰색으로 쓰인 세 글자.
    친척 두 분이 수련 후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흘려 듣다가
    극심한 위 통증으로 응급실 신세를 2번 지고서야 수년간 신경성 위염으로
    시달린 나를 위해 시간 한번 내어 보자며 들어섰던 국선도수련원.
    중학교, 초등학교에 다니던 약한 두 아이를 키우고 사느라
    종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해 몸과 마음은 지치고 힘들 때였다.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갈 수만 있다면 감사했다.

    입문호흡 일주일 후 중기전편 수련 두 달이 지나고 해심법의 동법을 한뒤
    다음 동작을 위해 잠깐 눈을 뜨고 보니 다리가 한일 자로 되어 있었다.
    집중해서 호흡했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두 다리가 저절로....
    그동안 몸치라고 여겼는데 새롭기도 하고 마술같은 경험이었다.

    준비운동 허리 돌리기부터 고관절의 끽끽거림으로 부자연스러웠던 터라  
    허리 돌리기라도 좀 제대로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다니던 중이었다.
    ‘남이 하는대로 다 따라 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라.’하시는
    청산선사님의 말씀이 큰 위로가 되어 유연하지 않은 몸을 다독거리게 되었고
    수련 시간만큼은 집중해서 정성들여 하고 싶었다.

    그 뒤로 무겁던 머리와 어깨도 한결 가볍게 느껴지고
    위 통증도 많이 줄어 입맛이 돌기 시작하더니
    수련원을 나설 때면 발걸음이 너무 가벼워
    구름 위를 걷는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기도 했다.

    6개월이 지나고 개인 사정으로 수련원을 옮겨
    중기단법 후편 6개월, 건곤단법도 1년여 하게 되었다.
    힘들어 지친날도 수련 뒤에는 오히려
    몸과 마음이 가벼워 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수련을 해 나갈수록 후각과 청각이 예민해져
    지하철을 냄새 때문에 못 탈 때가 있고
    늘 즐겨 먹던 활어회도 안 찾아지고
    횟집 앞을 지날 때면 몇 미터 전부터 숨을 참고 지나가야 할 정도로
    위염 증세가 심하게 나타날 때도 있었다.
    수련에 속도가 붙는다 싶을 때면 어김없이 이런 현상이 나타나
    그때마다 수기압법으로 시원하게 풀어 주시던 정민화사범님.
    따뜻한 차와 함께 받았던 세심한 호흡지도는
    스스로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감사하지 않고 너무 욕심만 내지는 않았나?
    집중하지 못하고 흉내만 내고 있지는 않았나?
    쉴 때 쉬지 못하고 몸을 너무 혹사시키지는 않았나?

    수련 정체기가 오는가 싶다가도 조금 지나면 재미있게 잘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차츰차츰 위염 증세는 없어지고
    원기단법 전편 중간에 다시 수련원 사정으로 온천수련원으로 옮겨
    계속 수련하게 되었다.

    원기단법 전편 부터는 매 절마다 나오는 두세 가지의 어려운 동작 덕분에
    더 집중하고 정성을 다해야만 했다.
    예민하던 후각과 청각도 편안해지더니 마음도 따라서 수월해지고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며 세상을 다 가진 듯 했다.

    원기단법 중편 때는 팔 다리에 기운이 뻗치고
    얼굴색도 밝아지고
    일상에서 아주 여유로워진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시련(?)은 원기단법 후편에서 찾아 왔다.
    여성이라면 피할 수 없는 폐경을 맞이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전조증상인 수면장애, 안면홍조, 가슴 두근거림, 우울감, 무력감
    뼈와 근육의 통증, 발한등의 증상이
    폐경과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수련으로 인해 증상이 많이 늦춰진 듯했다.
    힘들어진 몸을 확인하기 위해 받은 정밀검진결과는  
    정상으로 나와 국선도수련의 믿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틀간의 수고 끝에 받은 처방은 예상대로 호르몬치료.
    대기시간 중에 여든이 넘은 연세에도 여성호르몬제를 처방받는 분을 보고
    요즘 같은 백세시대에 앞으로의 삶을 약에 기대지 말고 한번 견뎌보자 하는
    자신감에 약국에도 들리지 않고 바로 집으로 오게 되었다.
    그 자신감은 이미 스스로 체험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약물에 의존하지 않는
    자연스럽고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기도 했다.
    물론 당분간의 고생을 견뎌낼 각오도 해야 했다.

    오늘까지 해 왔고 앞으로 할 일도 수련!
    한달이 가고 두달이 지나고....
    잠을 설치고, 얼굴은 벌개지고, 심장소리가 쿵쾅대며 울리고
    팔 다리는 힘이 빠져 관지단련도 힘들던 어느날.
    진한화장을 지운 민낯처럼, 이 뽑은 후 마취 깰 때의 그 아픔처럼
    부질없는 욕심과 분노로 똘똘 뭉쳐진 내 몸이 보이기 시작했다.
    큰 욕심 없이 살아왔다는 생각은 혼자만의 착각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어리석고 무지한지.
    그렇게 구겨지고 굳어져 버린 몸이 보였다.
    그 뒤로는 왜 하염없이 눈물만 나는지
    수련 중에도 눈물이 계속 나와 며칠 쉬어야만 헀다.

    다시 수련을 시작했을 무렵부터
    오른쪽 발등부터 스멀스멀 뭔가 기는 듯 가렵고 통증도 느껴져
    계속 만졌더니 아주 아프면서도 다음날은 좀 나은 듯하고
    이젠 복숭아뼈 뒤쪽이 또 스멀거리며 아프고
    발목을 지나 종아리, 무릎, 허벅지, 고관절까지.
    그러더니 발목, 무릎, 서혜부 쪽에서 찐득한 뚝뚝 소리가 나고
    왼쪽 척추기립근 안쪽이 아프고
    왼쪽 어깨가 결리며 뚝뚝 소리가 나고
    뒷목, 두피, 눈썹, 관자놀이, 귀 앞턱관절....

    너무 아파 잠을 더 설칠 때도 있었지만
    꽁꽁 앓고 나면 그 부위가 편안해지는 것 같았고
    통증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 나가자 언제부터인지
    폐경 증상은 많이 약해졌고 통증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어떤 날은 손목, 발목보호대를 하고서라도 수련을 계속하자
    모든 관절과 인대가 다시 짜 맞춤 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뭔지 모를 헛헛함에 자꾸 당기던 식탐이 진정 되는가 싶더니
    퉁퉁 붓듯이 찌던 살도 천천히 빠지면서
    잠도 푹 잘 수 있게 되었다.
    그사이 원기 후편을 마치고 축기단법까지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몸의 짜 맞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이 시련이 원기단법 수련 이전에 왔더라면
    아마 쉬운 방법인 호르몬제 복용을 계속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성스러운 한 호흡 한 호흡과
    진심어린 한 동작 한 동작의 국선도수련이
    부는 바람에도 끄떡없이 두 발로 땅을 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중심을 찾게 해 주었다.
    성심성의를 다해 올바르게 받아들이고
    올바르게 나갈 수 있도록 직접 수련하여 절실하게 체득해야 함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게 된다.
    수련의 부작용은 없다.
    다만 순리에 어긋난 자신의 몸과 마음이 있을 뿐이다.

    온천수련원에 처음 왔을 때, 앞에서 수련하시던 검은 띠 몇 분을 가리키며
    좌사법은 저렇게 등이 둥그스름해야 하고 단전은 생활 주변에서 찾는다 하시며
    도장 입구의 전자모기향 불빛이나 가로등 불빛을 단전이라 생각하라고  알려 주시며
    가정용 석유 주입기로 정각도 행공원리를 보여 주시는가 하면
    승법 연습 때는 무조건 굴러야 된다며
    도장 한가운데서 6개월 동안을 그냥 구르도록 하시던 사범님.
    31년째 수련원을 운영해오며 그 내공을 몸소 보여주고 계시는 방유한사범님.
    많이 부족한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 주셔서 가슴 깊이 감사드리고
    생활의 불편함도 뒤로 하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랑하는 가족과
    깊은 사명감으로 일선에서 노고가 크신
    모든 국선도지도자분께 감사드립니다!
                                               
                                              2017년 3월 햇빛 따뜻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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